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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읽고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 문학동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유투브에서 머릿말의 일부를 읽어줬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좋아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김금희 작가가 소설가가 되고 11년 동안 썼던 산문을 묶은 책이다. 첫 에세이집인 셈이다. 최근의 이상문학상 수상거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소설을 쓴다는 것(작법이라긴 좀 애매한)에 대해서도 나온다. 집안 이야기와 유년의 기억,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가끔 좋은 글도 있었으나 대개는 뭐라는지 잘 모르겠는 너무 미문이기만 하거나, 아사무사해서 여러번 읽어야 뜻이 통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 작가는 에세이보다는 소설이 낫다. 사실 소설도 <경애의 마음>이 딱 좋았고, 나와 결이 잘 맞는 작가는 아니었지....

밑줄긋기
5 _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25 _ 때로 시는 마음이라는 수면의 무늬를 흰 종이로 걷어내는 방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71 _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라고 항의하기 위해 타이밍을 살펴야 하는 상황은 한국에서 이렇게 잦고 불시에 등장한다.
79 _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예단하지 않고, 내가 여기까지 해주겠다 미리 선 긋지 않는 선의. 그러한 선의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수 있는 것. 그것은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소중한가. 이러니 매순간 배워나갈 수밖에 없다.
106 _ 나는 분명 전달받았는데 그 전달받음의 세세한 과정은 삭제되고 전달받았음의 마음만 남아 있다. 말은 사라지고 마음만 남은 상태,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충분히 정확하게 전달된 소설 수업의 형태일까.
152 _ 소설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나쁨'에 대한 지겨운 고백을 듣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159 _ 일직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는 명언이 일견 진실일지라도 그런 새는 이미 초저녁부터 잘 쉬었던 새임을 깨닫고는 나는 왠지 억울해졌다.
208 _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고통이자 딜레마다. 죽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는 어떻게 사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죽음을 덮거나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는 사회, 그럴 수 있더록 사회의 공기를 조성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만이 삶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231 _ 어떤 불행은 나를 비켜 가리라는 기대보다는 내게도 예외란 없으리라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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