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읽고

더 셜리 클럽
박서련 | 민음사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간 설희는 멜버른의 축제 퍼레이드에서 '더 셜리 클럽'을 만난다. 이름이 '셜리'인 여자들의 모임이다. 설희의 영어 이름이 셜리라, 셜리 클럽에 가입하고 싶어 운명처럼 그들을 따라 가다 맥주펍에 들어갔고, 거기서 S를 만난다. '셜리'라는 이름은 아주 옛날에 유행하던 이름이라 셜리 클럽에는 설희처럼 젊은 사람이 없다. 할머니들은 고민을 하다 워홀 비자로 호주에 머무르고 있으니 정식 회원이 아닌 특별회원으로 그녀를 초대한다. S의 친구들과 만난 설희는 그 아이들의 무신경한 인종차별 발언에 상처받고, 이후에는 S만 만난다. 설희는 주중엔 치즈공장에 다니고, 토요일엔 S를 만나고, 일요일엔 더 셜리 클럽의 멤버로 활동하며 안정적으로 생활하는데, 어느 아팠던 날 이후로 치즈 공장에서 짤리고, 숙소에서도 나가야 되는데다 S까지 연락이 안된다.

이 책을 가장 재밌게 읽을 사람들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온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호주가 아니더라도 유학이나 어학연수 다녀온 세대들은 공감하며 읽을 것 같다. 나는 호주에 가본적도 없거니와 소설의 초반부에는 영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다. 거리 이름, 음식 이름 등의 고유명사도 영어인데, 한국어로 번역해서 써도 되는 명사까지 거의 영어로 되어 있어 조사와 서술어를 외에는 한국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글쓰기 강의할 때 어느 분이 요즘 책들에는 왜 그렇게 영어를 많이 쓰냐고 불평한 적이 있는데,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부터 주인공 설희의 감정 상태나 행동 등이 20대 여자의 날 것 그대로라 턱턱 걸릴 때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나도 참 불만이 많았고, 속은 다르면서 괜히 겉으로 틱틱대고, 내가 못하니 니가 좀 해줬으면 좋겠고...그랬는데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젊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좀 부담스러웠다.
레코드 일시멈춤과 플레이 등을 도입해 인터뷰 화법과 소설 화법을 교차한 것, 사람의 목소리에서 색깔을 느끼는 것 등 재기발랄한 시도가 많았고, S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게 아사무사한 것도 요즘 트렌드인데, 그 모든 게 나에게는 좀 성가셨다. 읽는데 방해가 됐다. 역시 셜리들의 나이에 가까워서일까? 내용 중에는 '더 셜리 클럽'의 모토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인생 뭐 있나? '재미, 맛있는 것, 친구(fun, food, friend)' 이 세개만 있으면 되는 거지.
책표지가 라일락색이었으면 좋았겠다. 보라색 목소리를 가진 S와 라일락색 셜리 클럽의 이야기인데, 표지는 너무 분홍색이다. 조금만 채도를 낮췄어도 좋았을텐데 아쉽다. 

밑줄긋기
82 _ 당연히 당신 부모님은 행복할 거예요. 당신처럼 이해심이 많은 아이가 있으니. 그렇지만 아이가 그런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긴 어렵겠군요.
105 _ 나는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어느 나라의 국민, 시민이라는 감각 대신 '이민자'라는 제3, 제4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197 _ 할머니들은 크지도 않은 공항에서 손나팔을 만들어 목청을 돋웠다. 할머니들이 그러는 게 조금 창피했고 그 창피함이 꽤 우쭐했다.
199 _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214 _ 왜냐하면 대부분은 힘과 의욕이 넘칠 때 워킹홀리데이를 가니까,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몸에 용기를 꽉꽉 채운 채로 호주에 가니까, 그 기억 속의 자기가 현재의 자기만큼, 어쩌면 바로 현재의 자기 자신보다도 더욱 생생한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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