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미쳤던 2월의 영화 보고

2월에는 총 7편의 영화를 봤는데, 기대했던 영화가 많아서인지 기대에 못미친 영화가 많다.

세 자매 (이승원 감독 | 문소리, 장윤주, 김선영)
아아아악~~ 극장에서 영화보다가 한 칸 건너에 앉은 언니 목을 조르고 싶었다. "대체 이 영화 왜 보자고 했어? 나한테 왜 이래?"
증말 징글징글하다. 세 자매 캐릭터 각각이 극단적인데다, 세 배우가 다 연기를 너무너무 잘하니까 더 미칠 것 같았다. 막내는 진짜 내 동생이었으면 인연 끊었을 것이고, 큰 언니의 그 띵굴띵굴 눈치보던 눈하며, 문소리는 말해 뭐해. (우리집 세 자매를 대입시켜보면 또 그게 몇 퍼센트 정도는 닮은 부분이 있어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머리 박던 아버지! 그냥 죽어버리지 머리를 왜 처박고 지랄이세요!! 다들 대단한 영화다, 좋은 영화다 하던데, 저는 이런 극악한 영화는 싫고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건 <이장>까지인듯 합니다. <세자매>보다는 <이장>이 낫다. 유일하게 셋이 웃는 마지막 장면으로 그렇게 포스터 만들고 낚시질 하지 말라고!ㅠ.ㅠ

다우트 (존 패트릭 샌리 감독 |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연극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개봉할 때 보고 싶었는데, 개봉한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이제야 봤다. 카톨릭 신부와 수녀의 이야기인데, 아동성애, 동성애, 여성문제, 진보와 보수의 갈등 등이 중첩되어 있어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난다. 리뷰들을 찾아보니 대부분 알로이시스 수녀(메릴스트립)가 잘못했고, 플린 신부(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식으로 해석하던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흑인 학생 밀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신부였고, 그 신부의 사랑이 소수자에 대한 자애인지 그루밍 성범죄였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게다가 마지막에 그는 주임신부로 승진하지 않았는가? 결국 수녀가 졌다. 나는 이 영화를 신부와 수녀의 권력 다툼으로 보았다. 수녀의 시야가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둘 다 선의였다면 그녀의 선의도 신부의 선의만큼 존중받아야 한다.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박예린)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데다 불호의 평이 큰 영화였는데, 누구 말마따나 <신과 함께>가 1천만이 넘는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욕할 영화인가 싶다. 초반에 너무 많은 설정을 지루하게 설명하느라 좀 재미가 없었다뿐, 꽃님이가 등장한 이후로는 재밌게 봤다. 이 영화의 넷플릭스 개봉 후 이글루스에서 아이가 나왔다는 사실에 짜증내는 많은 리뷰를 봤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짜증낼 일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영화를 공동 육아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로 보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이토록 적절하게 구현한 영화가 있었던가? 김태리도 멋졌다. 그녀의 담판 실력이나 카리스마를 보며 저러니 선장을 했지, 설득되었달까. 그리고 마지막의 선택도, 마지막이 해피엔딩일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더라도 목숨을 내놓는 희생에는 확실히 감동이 있다.
다만 송중기의 뻔하디 뻔한 아버지 서사나 빌런의 이유없는 악함 같은 건 좀 그랬다.

침입자 (손원평 감독 | 김무열, 송지효)
설연휴에 TV최초 공개라며 <결백>과 <침입자>를 공중파에서 해줬다. 마침 그날 나는 왓챠와 웨이브를 돌아다니며 이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나 검색하던 차였다. 둘 다 개별구매를 해야지 그냥 볼 수는 없어서 입맛을 다셨는데, TV에서 해주다니! TV를 켰을 때는 좀 늦어서 <결백>의 후반부를 봤는데, 연출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뒷부분을 봐서 어떤 내용이라는 건 알았고, 굳이 앞부분을 찾아 볼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이어 <침입자>를 다른 채널에서 봤다. <아몬드>의 손원평이 연출해서 흥미가 생겼던 작품인데, 나쁘지 않았다. 중반부까지는 정말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어서 손에 땀을 쥐며 봤다. 마지막이 그렇게 종교와 연결되는 건 촘 뜨악했지만, 생각해보면 <미드소마>나 <유전>을 걸작이라고 추켜주는 걸 생각해보면 <침입자>가 그렇게 다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내내 화만 내고 예민하고 일이 우선인 아빠(혹은 아들)보다는 친절하고, 부지런하고, 전문적인 고모(혹은 딸)가 더 좋은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단지 혈육이라는 것뿐 가족 안의 돌봄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 이병헌,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김소진)
이번 청룡영화제는 여러모로 뜻 깊었다. 라미란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윤희에게> 가 감독상을 받은 것도 좋았고, 여성영화나 작은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상 후보작이 다 여성영화인데 딱 한편 <남산의 부장들>만이 남성영화였고, 그 유일한 남성영화가 작품상을 받았다. 그걸 보니 다른 건 다 줘도 제일 큰 건 양보 못한다는 뚝심이 느껴졌다.ㅎㅎㅎ 그렇게까지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다 보니 어떤 영화인가 궁금해서 뒤늦게 봤다. 사실 이 영화를 안봤던 건 <그때 그 사람들>때문이다. 그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서 다 아는 내용을 뭐하러 또 보나 싶었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박정희 시해사건이 일어났고, 나는 아직도 그 아침을 기억하고 있다.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일어나 묵념을 하고, 싸이렌이 울리고 했던. 즉 그 사건은 나에게 역사라기보단 경험에 들어가는 지라 굳이 뭘 또 보고 싶지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논픽션이 원작이라고 한다. 나는 잘 몰랐던 전 안기부장의 미국 국회 발언과 로비스트, 김형욱의 실종사건까지 쫀쫀하게 엮여 있어 흥미롭게 봤다. 다 보고는 김형욱 실종사건을 유투브에 찾아보기도 했다. 단지 시해 사건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제적인 역학 관계, 그리고 인간 김재규의 속에서 어떤 심리들이 오갔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줘서 재밌게 봤다. 연기는 뭐 다들 연기의 신들이라.... <남한산성>도 <남산의 부장들>도 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뒤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이병헌이 나오는 건 믿고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여튼 재밌게 봤다. 

(아나쉬 차칸티 감독 | 사라 폴슨, 키에라 앨런)
이달에 본 영화 중 가장 실망했던 영화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듯. 개봉했을 때 극장 가서 보려고 했는데, 극장에서 봤으면 대노했을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클로이는 대학에 원서를 내놓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 엄마가 마트에서 장을 봐온 봉투에서 약병을 발견하는 클로이. 자기 약인줄 알았는데, 환자명에 엄마 이름이 적혀 있다. 그때부터 클로이는 이상함을 느끼고, 알고보니 엄마가 멀쩡한 자신에게 약을 먹여 낫지 않도록 했다는 그런 이야기. 초반 아이를 낳고 비명을 지르는 씬, 엄마들의 빈둥지증후군 탈출 심리상담 모임 등에서부터 이 영화의 거칠고 불친절함이 여실히 느껴졌고, 그 느낌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아우...그 혀 밑의 알약. 으...싫어.

빅 나이트 (스탠리 투치, 캠벨 스콧 감독 | 토비 샬호브, 스탠리 투치, 이안 홈)
음식영화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영화가 바로 <빅 나이트>다. 언젠가는 봐야지 하다가 왓챠에 올라온 걸 봤다. 오래된 영화를 지금 보는 건 여러모로 난점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형제가 이탈리아 식당을 여는데, 형이 너무 정통 이태리 요리를 하는지라 손님이 오질 않는다. 이 타협없는 형을 설득해 동생은 어쨌든 레스토랑이 되게 하려고, 유명 가수를 초청해 빅 나이트를 연다. 결국 가수는 오지 않지만 사람들은 행복한 저녁을 보낸다는 내용인데, 고집불통 형 캐릭터가 너무 이해가 안되서 보는 내내 속터져 죽을뻔. 그리고 이런 형제들에게 얼마나 괜찮은 여자들이 붙어있는지...그것도 참.... 영화에 나오는 이태리 음식인 라비올리 같은 것들이 이제는 익숙한 대중식이다 보니 그런 부분도 너무 늦게 봤다 싶다. <바베트의 만찬>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이제 음식 영화는 옛날 것 말고 요즘 걸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덧글

  • 앤님 2021/03/02 20:37 # 삭제 답글

    갑분 .. 아빠 송중기 ㅋㅋㅋ띠용 ㅋㅋ 영화보다가 읭? ㅋㅋ
    ㄱㅣ대없이 봐서 그런가 ㅋㅋ전 그냥 무난하게 봤는데 순이(이름마저...) 아빠 그분만 넘 둥둥뜬 느낌이었네요 팬님들 화내실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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