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읽고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민음사

내가 읽은 건 민음사판 다른 표지였는데, 2020년에 문학동네로 판권이 넘어갔나보다. 역자도 다르다.
이 소설은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힘들다.(방금 시도하다 포기) 뉴욕 근방 어딘가에 사는 동유럽 출신의 일흔 넘은 노인과 한달 뒤면 15살이 되는 소녀가 어쩌다 센트럴 파크에서 만나게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화자 역시 두 사람만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툭툭 다른 지역,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기 때문에 읽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어찌나 분절분절 나눠져 있는지,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름에 이 사람을 알려면 앞에서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지점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다며 읽기 시작했지만, 읽어갈수록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니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다. 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착각해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잘못 알고 읽어 더욱 요령부득이었다. 이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역사'라는 제목의 책 한권을 놓고, 그 책의 원작자, 이름을 도용하여 책을 낸 자, 그 책의 번역자, 번역을 의뢰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다. 텍스트라는 게 얼마나 많은 단계를 거쳐 독자에게 전달되는지를 알 수 있다.
재밌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 바람에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랬는지, 솔직히 말한다면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조나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앞부분을 읽다 덮어버린 경험이 있는데, 이 작가가 그의 아내라고 한다. 둘이 좀 비슷한 경향이 있다. 핵심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 갑자기 중간으로 새서 엉뚱한 얘기 실컷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버리는 구성, 아이들의 입을 빌려 뭔 소린지 모를 소리를 잔뜩 해대다가 마지막에 놀랍게도 봉합되는 구성 같은 것들이 비슷해보인다. 나도 복잡했던 이야기가 끝에 가서 산뜻하게 봉합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옆길로 새서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질색한다. 모두가 정도의 문제인데, 이 작품은 나의 정도를 뛰어넘는 작품이다. 책의 원작성과 윤리적인 문제에 관해서라면 <편집된 죽음>이, 부모 대의 사랑과 자기대의 사랑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라면 <새햐얀 마음> 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부부가 뉴욕문단에서 '문학신동'이라 불린다는데, '신동'이라는 말에는 설익었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정확한 별명이다.  
 

덧글

  • 키드 2021/04/07 09:39 # 삭제 답글

    저도 이 책 찬사가 쏟아져서 함 읽어봤지만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가 다른 작품에 선뜻 더 손이 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요 님 말씀처럼 이 작가 남편 작품도 그닥....;;; 약간 이런 식의 너무 지나치게 돌아가는 수법을 쓰는 이야기 방식이 좀 싫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 이요 2021/04/07 10:23 #

    맞아요,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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