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읽고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엄기호 지음
따비

제목에 낚였다. 나는 유튜브 시대에 책이라는 매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서 읽었는데,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겨울서점 같은 유투버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더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고 부제인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에 관한 것을 언어학자와 사회학자가 대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두 사람이 '리터러시'의 정의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할 때부터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뒷쪽에는 유투브 시대의 달라진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고 쭉 읽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 내가 강단에 서는 두 꼰대 아저씨들의 학술적인 대담을 읽으려고 이걸 읽은 게 아닌데요....근본적인 이야기도 필요하겠지만, 제목 보고 기대한 건 그런 게 아니라고.
'리터러시'는 '문해력'으로 번역되는데, 텍스트 시대의 문해력과 유투브 시대의 문해력은 다르다는 이야기, 미디어가 메시지이기 때문에 유투브를 보는 요즘 세대가 평가받고 시험치기 위해 텍스트를 읽는 것은 그 세대로 보면 불공평하다는 이야기, 신발끈 묶기 같은 실용적인 정보는 유투브가 낫지만 추상적인 개념을 만드는 건 텍스트라는 이야기, 그러니 리터러시는 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평생교육판에서 넌더리를 낸 부분도 그런 것이었고.
말귀를 알아듣는 게 돌봄의 핵심이라는 거 하나 건졌다. 사실 그것도 아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밑줄긋기
32 _ 10대, 20대는 어찌 보면 불행한 세대예요. 삶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가 동영상과 이미지, 소셜미디어인데, 이것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어른들에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더 비판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삶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평가할 만한 잣대가 어른들한테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죠.
90 _ 구술문화에서 듣는 것은 계속 공동체에 참여하는 행위예요. 이와 달리, 읽는다는 것은 그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와 여행을 떠나는 거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책을 읽었던 이유가 그거였어요. 단칸셋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지만, 책을 읽을 때만은 내가 그 방 소속이 아니게 되거든요. 많은 사람이 읽기를 여행에 비유하는데, 저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적 행위라고 생각해요.
110 _ 책을 쓴다는 건 처음에 생각했던 걸 써놓고, 그다음에 생각하고, 그다음에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한 걸 다 이어 붙여야 가능한 일이죠. 텍스트라는 게 사람을 체계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는 말입니다. 
157 _ 쓰는 사람은 무한대로 길게 쓰고, 읽는 사람은 가급적 결론만 요약해서 보려고 하는 이 비대칭성에 의해 독자의 죽음과 저자의 죽음이 모두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SNS시대의 글쓰기)
195 _ "영어 공부를 몇 년이나 했는데 왜 말이 안 되냐?" 사실 이건 당연한 결과예요. 왜냐하면 말을 안 해봤거든요. 
198 _ 너무 많은 사람이 준비하고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에 떨어뜨리는 게 중요해지거든요. 그래서 변별력에 대한 압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한편에서는 시험 문제가 어려워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걸 물어보기 시작해요. 
248 _ 저는 지금 우리가 자기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강박적이라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자기를 정당화하려고 하는가? 인격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습관의 문제 같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정당화되는 것만이 성과가 되기 때문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269 _ 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요약본을 원하죠. 이제 그들의 머리는 '요약하는 사람들'이 점령하게 되고요. 
276 _ 진보적인 사람들이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을 놓치고 '옳은 삶'에만 천착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요. 그 옳은 가치들이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억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억압이 없던 '좋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말이었어요.


덧글

  • areaz 2021/04/08 09:00 # 답글

    제목 낚시가 정말 심한 책이죠. 우리나라 업계의 고질병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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