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읽고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민음사 

유튜브 민음사TV의 박혜진 편집자가 추천한 책이다. 전에 그녀가 추천한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가 무척 재밌었기에 이번에도 의심없이 빌렸는데,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희곡은 아니었다. 민음사 북클럽에 가입하면 리커버된 이 책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북클럽 가입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는데, 그랬더라면 열 받았을 뻔. ^^;;
유진 오닐이라는 이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작품은 처음 읽는다. 퓰리처상을 네번이나 타고, 노벨 문학상도 받았으며, 현대극의 효시라고 할만한 희곡을 많이 쓴 작가라고 한다. 그래, 나 현대극 좀 안좋아했지...
아들 둘과 부부가 나오는 실내극으로 현대극의 느낌이다. 꼼꼼한 무대장치 지문과 배우들의 얼굴 표정 및 심리묘사까지 너무 자세한 지문은, 과연 이걸 연극에 올리라고 쓴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역시나 작가는 연극에 절대 올리지 말라고 유언했다 한다. 이 작품은 유진 오닐의 자전적 이야기로, 마지막 작품인데, 자기가 죽고 25년이 지나 출판하라고 유언했다는데, 아내가 좀 빨리 출판했다. 당연히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이런 거 보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유언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희곡으로 연극을 만들면 공연시간이 4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럴 것 같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버지가 제일 짜증났다. 돈 아끼려고 아들 요양원 문제까지 인색하게 구는데 넌더리가 났고, 엄마의 불안과 회피도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희곡 자체의 내용보다는 호텔에서 태어나고 호텔에서 죽었다는 유진 오닐의 삶과 죽음이 더 드라마틱했다. 실제 유진 오닐의 아버지가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6천여회나 공연했다니...하 인생 뭔가 싶고. 많은 상을 받고 재능을 인정받지만, 이런 삶을 살래?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면서 평범한 작품을 쓸래? 선택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밑줄긋기
101 _ 메리! 제발 부탁인데 과거는 잊어요! / 왜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그래요? 미래기이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111 _ 여긴 너무 쓸쓸해. (지독한 자기 경멸로 얼굴이 굳어진다) 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구나. 사실은 혼자 있고 싶었으면서. 저들이 보이는 경멸과 혐오감 때문에 함께 있는 게 싫었으면서. 저들이 나가서 기쁘면서. (절망적인 웃음을 흘린다) 성모님, 그런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거죠?
212 _ 물개는 영리하고 정직하죠. 자신의 연기력을 두고 허세도 안부리고. 자신이 생선을 받아먹기 위해 연기하는 삼류라는 걸 인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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