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기가요 읽고

아무튼, 인기가요
서효인 | 제철소

민음사TV에서 "끝까지 도와주질 않는구만"하고 떠난 서효인 편집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읽었다. 나도 한때 연예기자였고, 인기가요 좀 들었던 사람이라 비슷한 추억을 더듬으며 재밌게 읽었다.
사실 프롤로그가 그렇게 잘 읽히지는 않아서 약간 갈등했는데, 본문 들어가서는 푹 빠져서 공감하며 멀티미디어적으로 읽었다. 여기 나오는 노래제목과 가수를 유튜브에 검색해서 노래 들으면서 읽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마이걸의 '소나기' ('돌핀'은 이미 알던 곡이었다)와 청하의 '벌써 12시', 설리의 '고블린', 이하이의 '홀로', 장윤정의 '초혼', 아이유의 '시간의 바깥'을 발견했다. 좋은 노래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추억이나 취향들을 두서없이 적어보자면, 나 역시도 한때는 직업적으로, 또 한때는 습관적으로 인기가요를 시청했던 사람으로, 김수희의 '애모'와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서태지와 HOT의 가요톱텐 연속5주를 꺾은 날들을 기억한다. 그때 나도 "이거 뭥미?"했던 사람이다. ㅋㅋ 삐삐롱스타킹의 그 사건(카메라에 침뱉기)이 있을 때는 심지어 담당기자였다. -.-;; 문희준의 오인용, 펌프, 월간 주니어와 뷰, 양파, 볼륨을 높여요 등등은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낄낄대며 신나게 읽었다.
노래방에 관해서 저자는 '노래방을 좋아하는 사람은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할 것 같다. 맥북 대신 그램을 쓸 것 같으며 뮤지컬을 보기 시작하면 회전문을 돌 것 같고 야구팬이긴 하지만 LG나 롯데를 좋아할 것만 같다. 그리고 당연히 E로 시작하는 MBTI 결과지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썼는데, 내 이야기 쓴 줄. ㅋㅋㅋ 야구팬이 아닌 것 빼고는 똑같다. 그러니 당연히 노래방을 좋아했다. 노래방에 가서 남들 민폐도 많이 끼쳤고(그냥 아는 노래는 다 따라 부름), 일주일에 서너번씩 가다가 나중에는 '가수 00의 날'로 정해서 그날은 그 가수 노래만 줄창 부르다 오는 짓도 했다. 다 옛날 일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어느 순간 요즘 가요들을 몰라서 노래방 안가기 시작했지.
청소년연맹 누리단 이야기가 나와서 어찌나 웃었는지. ㅋㅋ 제가 누리단, 한별단 출신입니다. 덕유산도 갔지만 지리산도 갔었어요. (DM 보내라고 하셨지만 여기서 인증.ㅋㅋ) 물론 내가 한별단 전국캠프에 갔던 때는 1988년쯤이다. 그 전두환의 아이들은 다 어디 있는지...
소녀시대의 헬기장 무대나 박명수의 오동도 사태 같은 건 몰라서 유튜브로 찾아봤다. 소녀시대의 헬기장 무대를 보니, 일본 여행 갔을 때 그 추운 날 소녀시대가 옥상에서 군무를 추는 일본 가요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이 추운데 한국 가수들 초청해 놓고 옥상에서 뭐하는 짓이냐며 광분했지만, 그때도 소녀시대는 독보적으로 잘했다. 다른 일본아이돌들을 발라버렸지.
프로듀서101 사태는, 내가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가 이 책을 읽고서야 이런 것이었구나 싶었다. 이 부분 읽으면서 요즘의 꼴보기 싫은 인터넷 댓글들(사람 품평하고 비판하고 난 척하는)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태도가 옮겨져 와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비오는 날 듣는 노래 중 에픽하이의 '우산'은 나도 좋아하는 노래이지만 햇빛촌의 '유리창엔 비'보다는 나의 픽은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과 여행스케치의 '옛친구에게'다. 특히 최근 봤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엔 난 너를 위해 기도해. 아직도 나를 기억한다면 나를 용서해 주오."라는 노래였다. (이게 '옛친구에게'임) 
그리고...그리고 마지막에 아이의 이야기와 이하이의 '홀로'가 나올 때는 아 정말...이것은 스포일러나 다름 없으므로 읽기 바란다. 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인데, 나는 그 부분에서 어른이란 무엇인가, 노래란 내 삶에 어떤 위로가 되는가를 깨닫고, 무릎 꿇었다.

밑줄긋기
51 _ 울지 않는다면, 차오르는 슬픔을 덜어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81 _ 악동뮤지션의 가장 프로다운 지점은 오빠와 동생이 사랑 노래를 한다는 데에 있다.
89 _ 가요는 계절감을 포함하여 날씨라고 할 만한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100 _ 우리게에는 김완선에서부터 시작된 여성 퍼포먼스형 아티스트의 도저한 역사가 있다. 사람들은 섹시함이니 청순함이니 하는 것들로 그들을 정의 내리려 하였으나, 오래 살아남은 아티스트들은 쉬이 범주화할 수 없는, 그저 '멋짐'과 '훌륭함'의 영역에 있었고,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보아가 그랬고 이효리가 그랬으며 최근의 선미와 현아가 그러하며 청하 또한 오래도록 그러할 것이다.
107 _ 취향과 종교는 왜라는 질문에 대체로 잘 답해주지 않는다. 

덧글

  • 2021/08/09 23:5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요 2021/08/10 08:22 #

    내가 스포일러라고 써놓은 맨 뒤에 나오는 아이 이야기는 너도 읽으면 감동 받을 거야. 나는 약간 울컥했거든.
댓글 입력 영역


2019 대표이글루_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