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바닷마을 다이어리, 안녕 커뮤니티, 우리 사이느은 읽고

어쩌다 보니 최근 종이책으로 만화 시리즈를 연달아 보게 되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1~9권
요시다 아키미 작 | 애니북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먼저 봤는데, 만화 좋아하는 언니가 만화책을 4권까지 사서 읽었다고 한다. 생일선물로 5권부터 완결까지 작년에 내가 사줬다. 그때 앞권은 다 읽었는데, 이번에 1~9권을 다시 정주행했다.
아빠와 엄마가 이혼하고, 딸 셋은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산다. 그런데 이혼해서 수십년 얼굴도 안보고 살아온 아빠가 죽었다는 부고가 오고, 딸들은 장례에 참석하러 갔다가 거기서 기구한 운명의 여동생 스즈를 떠안게 된다. 스즈가 가마쿠라로 와서 언니들과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영화에선 아야세 하루카의 존재감이 크고, 나도 딸 셋의 장녀다보니 큰언니에게 이입해서 영화를 봤다. 그런데 만화에선 스즈가 화자다. 그러다 보니 축구단 이야기와 스즈의 친구들, 그 친구들의 가족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셋째네 가게의 주인장(나중에 형부가 되는)이 히말라야 갔다가 조난당했을 때 찍었던 새 사진 이야기, 혼자 살다 가면서 가게를 이웃에게 넘긴 아줌마와 그 아줌마를 좋아했던 카페 사장 이야기, 길치인 사촌 이야기 등이 좋았다. 스즈가 고등학교 진학하는 걸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 읽는 동안 힐링되는 좋은 만화였다. 가마쿠라 꼭 가보고 싶은데, 이번 생에 가능할까? 

안녕 커뮤니티 1~2권
다드래기 작 | 창비

재개발에서 소외되어 노인들이 모여사는 문안동의 사진관 주인이 고독사하여 며칠 뒤 발견된다. 이 사진관의 건물주인 방덕수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비상연락망을 짜기로 한다. 매일 아침 7시경 나이든 이웃 노인들끼리 서로 전화해서 생사여부를 확인하고 체크하기로 한 것. 여기에 덕수의 며느리 안젤라가 참여하여 매일 생존현황 엑셀시트를 단톡방에 공유하고, 잘 지내던 교사 부부의 할머니쪽이 가출을 감행하며, 세봉김밥 세봉은 치매걸린 엄마를 집으로 모셔온다. 

왜 최지은 평론가님이 좋아하고 추천했는지 알겠다. 문안동의 노인 커뮤니티 안에 이주민 차별, 여성 차별, 노인 차별, 가부장제, 치매 노인 보호, 쪽방촌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재개발 등 온갖 사회문제가 깨알같이 박혀서 현실을 보여준다. 처음엔 등장인물이 많이 헛갈리지만 각 세대별 사연이 나오면서 친해지고 나면 그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애틋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미워도 정이 든다. 나는 특히 방덕수를 "아번님"이라고 부르면서 반말 슬슬하는 안젤라가 너무 좋았다. 안젤라, 짱먹어!! 방덕수도 좋다. 괄괄하고 이 참견 저 참견 하지만, 필리핀 출신 며느리를 차별하지 않고, 자기가 밥해먹고 살림하고, 또 좋아하는 여인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수줍어하는 태도, 참 마음에 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아들만 사람 취급하는 경욱 남편이 제일 밉상이고 마음에 안든다. 반전의 인물인 분례가 시원하게 성공하는 식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내 맘 같아서는 그 커뮤니티가 환상적인 공동체가 되는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오늘 아침에도 독서모임 애들과 나이들면 가까이 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만화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정도로만 살 수 있어도 행복한 거 아닌가 싶다.

우리 사이 느은 1~4
이연지 작 | 레진코믹스 

<이세린 가이드>와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을 읽으러 만화 카페에 갔는데, 불행히 벌툰 합정점에는 이 만화들이 없었다. ㅠ.ㅠ 그래서 제목 들어본 만화들을 빼서 앉았는데, 그 중 이 책을 먼저 시작했고, 3시간 동안 이거 4권 읽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5권이 완결이던데, 만화카페에 1~4권까지 밖에 없었다. ㅎㅎ 근데 뭐 굳이 5권 안봐도 알 것 같은 느낌. 

고등학교 때 그룹 과외하면서 만난 가영이와 우진이는 친구 사이다. 다들 니네 사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절대 아니라고 하는 두 사람. 그런데 우진이 군대 갔다온 뒤부터 가영은 어쩐지 자꾸 우진이 신경쓰이고, 때를 같이 해 가영의 절친인 유진이 우진과 썸을 타기 시작한다. 가영은 방학 때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의 사수 찬희에게 고백을 받고 갈등한다.

이 만화는 몇년 전에 레진코믹스 런칭할 때 지하철에서 광고를 자주 봤던터라 궁금해서 읽어봤다. 초반에는 뻔하디 뻔한 남사친 여사친 이야기를 너무 시시콜콜하게 보여준다 싶어서 <치즈 인더 트랩> 같을까봐 갈등했다. (치인트 100회 이상 읽으면서도 왜 재밌는지 납득할 수 없었던 1인) 그런데 2권부터는 빠져들어 읽었다. 좀 시동이 늦게 걸리긴 했지만 이런 아슬아슬 설렘설렘 로맨스가 또 보는 맛이 있지. 나는 특히 찬희와 우진 사이에 껴있는 오형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ㅋㅋ 찬희와 카톡할 때나 우진에게 처신 똑바로 하라고 하는 거 보면 오형이가 제일 정상적이고 건전한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듯. 찬희가 우진에게 행운의 편지나 귀신 동영상 보낼 때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사소한 코믹 디테일 좋다. 가영이가 유진과의 서먹함을 이기고 다시 친구가 되면서 왕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부분도 좋았다.


덧글

  • 메이 2021/09/13 16:38 # 삭제 답글

    가마쿠라 -도쿄 옆이에요. 가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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