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김훈 | 학고재
도서관에서 빌려 읽느라 이 예쁜 분홍색 책표지 대신 허연 책표지로 읽었다. -.-; (도서관들은 책껍데기를 일률적으로 벗겨버림, 바코드를 갖다 붙이느라)
도서관에 들어온다 한지가 언젠데 몇달이 지나도록 신간에 뜨질 않아, 열받은 이 몸, 다시 신간 신청을 하면서 "정기구입단계에 있는 도서라 중복 구입이 불가하구 어쩌구 해놓고 왜 몇달간 안들어오는 겁니까? 대체 뭐하는 겁니까?" 좀 강하게 어필했더니, 재깍 구입해주시고, 신간 도착했다고 문자까지 넣어주시더만. 덕분에 마포도서관에서 이 책 제일 먼저 읽었다. 음핫핫핫.
[칼의 노래]가 김훈 최고의 작품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맞다. 그말.
하지만 [남한산성]도 좋았다. 그냥 슬픈 게 아니라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고 할까? 아픈 것도 칼로 푹 찔리는 느낌 보다는 잘 드는 검으로 스윽 베어내는 것 같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이야기다. 임금과 최명길과 김상헌이 주인공이다. 명을 집어삼킨 청이 쳐들어온다. 임금은 강화도로 피난 가려다 길이 막혔다는 보고를 받고 남한산성으로 우회한다. 남한산성의 문을 걸어잠그고 40여 일을 보낸 후 결국 칸에게 굴복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최명길은 살기 위해 굴욕을 감수하자는 쪽이고, 김상헌은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며 청을 처부수길 원하는 쪽이다. 이야기는 김상헌의 입장에서 쓰여 있다.
말의 파도에 휩싸인 묘당 쪽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최명길과 김상헌이라면 민초들을 대표하는 두 인물은 정명수와 서날쇠다. 정명수는 노비로 태어나 두만강을 넘어 탈출했다가 청의 칸에게 잘 보여 통역관으로 조선과 청을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고, 서날쇠는 남한산성 안의 대장장이다. 결국엔 살아서 성을 나간다.
첫 페이지에 이 소설의 주제가 다 적혀 있다. 사람들의 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임금. 그 말의 파도가 너무 높아 너머에 백성들이 울부짖고 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강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었던 반면 [남한산성]의 왕은 속이 깊으나 유약한 사람이다.
김상헌이 강을 건너오면서 사공을 베는 장면이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원단을 맞아 명쪽으로 절하는 임금을 높은 곳에서 보고 있는 용골대. 그 장면도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감흥을 줬다. 도대체 '사대'라는 게 뭔지, 명분이라는 게 뭔지. 우리나라가 저렇게 살아왔나 싶어졌고.
화해문을 쓰라는 임금의 명령에 머리를 써서 달아나는 3명의 노대신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임금의 명령보다는 역사에 어떻게 남고, 가족들이 어찌될 것인가를 생각하여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 사람들...결국 최명길만 불쌍하다 싶어졌고.
하여튼 모든 게 다 아프고 슬프다. 전쟁이라는 게 군인들 먹이고 비바람 막아주는 것에서 결판 난다는 거. 아무것도 없으니 임금의 하사품이라고 삶은 콩 한줌 주는 거. 그저 성문 꽁꽁 여며 걸고 견디기만 하는 임금과 백성들. 다 서글프다.
김훈의 문장은 참으로 흉내내보고 싶은 문장이다.




덧글
정수기 2007/07/24 12:55 # 삭제 답글
내용에 비해 표지 색깔은 무척 화사하고 고운 느낌일세..
아가씨와돌쇠 2009/09/19 21:40 # 답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어보면 거기에서도 그의 색깔이 나온다 그는 자전거를 굴리면서도 역사를 연관지어 자연을 얘기한다~~ 아직 칼의 노래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난 김훈의 작가에게서 다른 면을 보고 싶다~~~ 하지만 어쨌든 역사이야긴 재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