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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윤이나 | 세미콜론

"이나 님이 안성탕면 할아버지랑 다를 게 뭐예요?" 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ㅋㅋㅋ
수십년 간 안성탕면만 먹고 살았다는 그 할아버지는 나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작가 또한 워낙 라면을 좋아해서 하루 한끼 정도, 빠듯하게 봐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한다. 또한 라면에 대한 진지함과 취향이 확고해서 봉지 뒷면의 라면 끓이는 법이 제조사마다 다 다르다는 걸 알고, 신제품이 나오면 꼭 사먹어 본다고 한다. 예전에 내 동생이 모든 스낵의 그람수를 알고, 신제품이 나오면 꼭 사먹어 보곤 했었다. ㅎㅎ
이 책을 읽은 주변 사람들이 죄다 책 읽고 나면 라면 물 올리러 가고 싶어진다고 했는데, 불행히도 이 작가가 좋아하는 라면과 내가 좋아하는 라면의 취향이 달라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우리집에 진라면이나 안성탕면이 있었다면 끓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집에는 비빔면과 너구리 순한맛 밖에 없어서....ㅎㅎㅎ
호주 워킹홀리데이 가서 귀찮아서 컵라면 먹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가난해서 컵라면 먹은 걸로 오해한 일, 친구들과 술마시고 2차, 3차 끝에 결국 라면 끓여먹는 이야기, 원주 박경리토지문학관에서 연가시에게 먹힌(혹은 연가시를 먹은) 여치 이야기, 호떡 반죽을 해놓고 호떡을 팔았던 엄마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작가가 드라마도 썼다고 해서, 찾아볼 예정이다.
누구나 휘뚜루마뚜루 먹을 수 있는 게 라면이지만, 또한 확실히 취향 타는 게 라면이다. 나는 차라리 덜 익은 라면은 먹지만 불은 라면은 싫어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인생의 몇번 안되는 불은 라면에 대한 기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고, 그때마다 "으으으"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라면은 확실히 취향 타는 음식이다. 나는 너구리, 짜왕, 튀김우동파. 즉, 통통 쫄깃한 면을 좋아한다. 이 역시 불은 라면을 싫어하는 취향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굵은 면들은 덜 부니까. 얇은 면들은 조금만 오래 끓여도 부니까. (책에 칼빔면 이야기도 나오는데, 난 딱 한번 사먹고 다시는 먹지 않는다. 면은 내 취향이었지만 그 고추기름...으....내 취향이 아니었다)

밑줄긋기
12 _ 기억하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기억이 됐다. 그건 한 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슬픔은 이야기로 만들면 견딜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말하자면 이야기가 된 모든 것은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38 _ 라면은 먹고 싶은 어떤 음식을 대체해서 가성비로 먹는 그런 카테고리의 음식이 아니다. 라면은 오직 라면이라서 먹는 것이다.
94 _ 많은 사람들이 숫자로 집을 말하고 있는 지금도 빛이라든가 바람이라든가 풍경을 말하고 있자니 "제라늄 꽃이 있는 벽돌집을 갖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어린 왕자] 속 아이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지만, 실은 빛과 바람과 풍경이 곧 숫자가 된다는 것을 알 만큼 어른이기도 하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걸 안다.
156 _ 라면을 건강하게 먹는 법 같은 건 없다. 라면을 먹기 위해 건강해지는 법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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